<샛별이의 희망 일기>
1. 2012. 07. 09.
샛별이를 처음 본날, 교통사고로 턱 뼈가 부서진 약 2개월령의 어린고양이가 병원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중한 상태인지를 보기 위해 병원에 들렀습니다.
주차장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보이는 샛별이는 온통 먼지와 검뎅으로 회색+검은색 털이 엉겨 있고, 몸음 바짝 말라 등뼈가 볼록 올라온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아래턱 오른쪽 송곳니 부분이 세로로 부셔져 완전히 떨어져 나간 상태였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사고를 당한지 며칠 경과된 것 같다 했는데,
교통사고는 샛별이에게 다른 장애도 남겼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머리쪽에도 손상이 왔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병원 케이지벽에 기대고는 앉아 있으나 서려고 하면 목과 다리가 중심을 잡지 못해 한 발자국만 가도 쓰러졌습니다.
뇌 충격의 여파인지 안구도 홍채가 그다지 반응하지 않으며 앞이 얼만큼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변은 잘 보지만, 몸의 증상 때문에 모래화장실을 쓸 수 없고 배변패드에 볼일을 보는데, 한쪽으로 뭉쳐 밀어놓고 있다 했습니다.
하지만, 샛별이의 눈빛만큼은 생생하게 빛났습니다. 수의간호사님 말씀으로, 아이가 주식캔 유동식을 잘 먹으려 한다 하셨지요. 부드러운 비닐팩 그릇에 주식캔을 풀어 주니 고정되지 않는 목으로도 어떻게든 먹으려 했습니다. 마치 새가 콕콕 쪼아 먹듯, 그릇에 닿을 때마다 코가 부딪히고 부서진 턱 떄문에 제대로 씹을 수 없어도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샛별이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2. 2012. 07. 11.
이틀 후 다시 찾은 샛별이는 2일 전보다 통통해진 듯해 보였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며(생생한 아이 눈빛이 새벽별빛 같아서 샛별이라고 임시 이름을 지었습니다) 손을 내밀자 처음에는 조금 움찔 하더니 곧 목을 내맡기며 "야옹" 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힘들었을 길생활이 확연히 보이는 아이가 너무나 맑은 목소리로 불러준 대답, 모진 고생을 하고서도 사람이 좋아 아깽이다운 목소리로 반응해 주는 샛별이를 보면 눈물을 꾹 참고 수의간호사분을 도와 목욕을 시키고 말리고 귀 안을 깔끔히 닦아내 주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제 쪽을 향해 흔들리는 걸음으로 다가오고 싶어하는 샛별이.
하지만, 그런 샛별이를 두고 돌아오는 제 맘은 무거웠습니다.
샛별이가 턱과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증상이 당장 생명에 위독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평생 장애를 가지게 될지도 모를, 게다가 건사료도 씹을 수 없고 평생 주식캔만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 길고양이를 입양할 사람이 세상이 과연 있을 것인가.....하는 가슴 아픈 질문이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아이에게, 다시 인간인 우리는 손을 내밀어 줄 수 없는 것인지,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아이를 어떻게든 살려만 놓는다고 해서 과연 그게 옳은 길인지.... 슬프고도 무거운 하루였습니다.
3. 2012. 07. 20.
저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함께 길고양이를 돕는 봉사자분들과 논의를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임보나 입양이 당장 불가능한 이 아이를, 생명만 연장시켜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설령 이 아이를 맡는 사람이 나선다고 해도, 대소변 처리며 먹이는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혹시나 하고 임보처 구함 글도 고양이 관련 카페에 올려보고 고양시캣맘협의회 카페에도 사전 홍보글을 올렸으나 마땅한 임보처나 입양처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봉사자 운영진 분들은...결국 현실적인 마지막 방법인 안락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야 배불리 먹어보고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을 알게 된 샛별이를 결국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사람에게서 고통받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믿고 따르는 이 아이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가... 참으로 마음 아프고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4. 2012. 07. 25.
마지막 슬픈 결정을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몰라보게 호전된 샛별이를 만나고 '기적'이란 말을 떠올렸습니다.
수의사선생님의 소견도 상태가 아주 빠르게 기적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머릿속에 더 이상의 부종은 없는것 같고 소실되었던 턱도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 붙어 가고 있다 했습니다. 몸을 못가누는 상태도 점점 좋아지는것 같다 하고, 무보다도 아이 스스로의 의지를 높이 치더군요.
대소변을 절대로 깔아 뭉개는 법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스스로 일어서려면 몇 차례는 나뒹굴지만 몇 번의 시도를 해서는 결국 일어서는 샛별이.
이런 아이를 보내주겠다는 결정을 했었다니..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살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를 포기하자고 생각했었던 것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봉사자분들과 다시 논의를 했고, 빠른 기간에 호전되고 있는 샛별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내보자 결정했습니다.
5. 2012. 07. 29.
샛별이는 2차 병원으로 옮겨 장기 입원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중심을 못 잡는 증상이 뇌부종 때문으로 판단되어 약물 치료를 먼저 해보기로 했고,
뇌진탕으로 인한 뇌의 부종이 있는건데 한달에서 두달 사이에 흘러 나온 액이 저절로 마를 수도 있다 하고 나중에 아이가 체력이 강해지면 mri를 통해서 정확한 부위가 나오면 그곳에 주사기를 주입하여 부종을 빼낼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26일에 새로운 치료처로 갈 때도 샛별이는 케이지 안에서 조금도 울거나 찡찡대지 않았다고 해요.
마치, 자신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서인 듯, 겁먹거나 두려운 얼굴이 아닌 밝고 안정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만난 샛별이의 몸무게는 1.52kg.
처음 사고로 병원에 왔을 당시 몸무게는 1.32kg.
약 3주만에 200g이 늘었습니다. mri 검사와 다른 약물치료들을 버티게 해줄 체력을 점점 길러가고 있습니다. 턱도 이제는 벌어진 틈이 외관상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아물었습니다.
샛별이의 살려는 의지가 치유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 아직은 걷기가 힘든 샛별이지만 앉은 상태에선 목을 많이 가누고 있습니다. 엉성하지만 엉덩이 털 그루밍도 열심히 하구요. 간호사 선생님들이 주는 주식캔 밥도 앙앙 하면서 잘 받아 먹습니다.
애교가 어찌나 많은지 만져주면 골골골 모터소리가 바로 나요^^
이런 샛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완치를 위한 시간과, 경제적인 후원일 것입니다. 그시간과 여러분의 작은 보탬이 샛별이에게 희망을 리필해 줄 수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고 공존할 수 있도록, 살려는 의지를 가진 아이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한 분 한 분의 정성이 모두 샛별이에겐 사랑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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